블룸버그가 던진 '투자 부적합(Uninvestable)'이라는 단어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슐리 렌(Shuli Ren)이 "한국 역시 투자 부적합 국가가 되고 있다(South Korea Is Becoming Uninvestable, Too)"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하면서 국내 증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투자 부적합(uninvestable)'이라는 표현은 그동안 정책 리스크와 투자자 보호 실패를 이유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중국 증시를 평가할 때 주로 써온 말인데, 이 표현이 한국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습니다.

칼럼이 근거로 든 수치들
칼럼은 올해 코스피를 "세계에서 가장 뜨겁고 동시에 가장 변동성이 큰 시장"으로 규정하며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 코스피가 6월 고점(9,114.55) 이후 27거래일 만에 약 40% 가까이 급락 — 2015년 중국 증시 폭락 사태와 비견되는 수준
- 올해 들어 코스피가 하루 5% 이상 등락한 날이 33일에 달함
- 가장 인기가 많았던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가 6월 고점 대비 약 84% 하락
- 이 여파로 약 36만 개 증권 계좌가 강제 청산됐고, 이 중 62%가 35세 미만 투자자 계좌
- 골드만삭스 분석을 인용해, 6월 고점 당시 SK하이닉스 주가가 5% 움직이면 관련 ETF에서 일평균 거래량의 최대 40%에 달하는 리밸런싱 자금이 발생할 수 있었다고 지적
칼럼은 변동성 확대의 배경으로 지난 5월 27일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지목했습니다. 레버리지 상품 특성상 주가가 오르면 추가 매수, 내리면 추가 매도가 기계적으로 발생해 시세 움직임을 증폭시켰다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코스피 보유 물량 매도를 피하려 국내 주식 투자 목표 비중을 임의로 조정하면서, 시장 과열을 식혀야 할 연기금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했습니다.
낙관론도 소개했지만, 결론은 '경고'
칼럼이 정부와 시장을 일방적으로 비판만 한 것은 아닙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핵심 수혜 기업이라는 점,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인 5.5배까지 낮아져 저평가 매력이 있다는 시장의 낙관론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다만 칼럼니스트는 이런 밸류에이션 매력만으로 투자 판단을 내리기보다, 최근 급락이 신규 투자자들에게 남긴 신뢰 훼손과 시장의 구조적 변동성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AI 산업의 호황을 믿으면서도 코스피 투자는 피할 수 있다"는 문장이 칼럼의 핵심 메시지로 꼽힙니다.
국내에서는 반론도 나온다
이 칼럼이 국내에 보도된 이후, 변동성의 원인을 레버리지 ETF 하나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왔습니다. 한 경제학 교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전인 올해 3월에도 "우량주가 하루 10%씩 널뛰는 시장은 카지노에 가깝다"고 이미 경고했었다며, 변동성 문제가 레버리지 상품 도입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상품 출시 이후 SK하이닉스의 변동성(113%)이 미국 마이크론(122%), 일본 키옥시아(120%)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데이터를 근거로, 레버리지 ETF만을 변동성 확대의 주범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ETF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7월 평균 39%, 변동성 확대일에는 최대 49%)이 코스피 전체 외국인 거래 비중(24~28%)보다 뚜렷하게 높았다는 점은 레버리지 상품이 변동성 증폭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근거로 함께 거론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 주장: 블룸버그 칼럼니스트가 한국 증시를 "투자 부적합 국가가 되고 있다"고 평가
- 근거: 코스피 단기 급락폭, 잦은 급등락, 레버리지 ETF발 변동성 증폭, 개인투자자 대규모 강제 청산, 연기금의 역할 논란
- 반론: 변동성 확대가 레버리지 상품 출시 이전부터 있었다는 지적, 개별 종목 변동성이 해외 유사 종목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데이터
- 성격: 블룸버그의 공식 시장 등급이나 신용평가가 아니라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칼럼) 형태의 진단이라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음
마무리하며
'투자 부적합 국가'라는 표현 자체가 워낙 자극적이다 보니 제목만 보고 놀라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는 블룸버그의 공식 국가 등급이 아니라 칼럼니스트 개인의 분석 칼럼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짧은 기간에 코스피가 40% 가까이 출렁이고 30만 개가 넘는 계좌가 강제 청산됐다는 사실 자체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수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도 원인 진단을 두고 레버리지 상품 탓인지, 아니면 그보다 근본적인 시장 구조 문제인지 의견이 갈리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정부의 후속 대응책과 시장 반응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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